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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30 러브모드 - 시미즈 유키
  2. 2006/05/23 신간 야오이 잡담 (요새 심의 많이 풀렸군. 훗)
2006/05/30 02:38

러브모드 - 시미즈 유키

(『러브모드』전체보다는 『러브모드』1권에 주력한 팬질; 아...술 먹어서 그런지 쓴 말 또 쓴다-_ㅜ)

『러브모드』는 암울한 단편을 주로 그리던 이 작가가 낸 첫번째 장편이자, 야오이 역사상 최대 대박(?)으로 꼽히는 시리즈다. 판매순위 Top 30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야오이(그것도 비블로스 출판)에서 처음으로 Top 10 안에 들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그 위상을 알만하다. '이 바닥에 어떻게 입문하셨나요?'하고 물으면 대부분『브론즈』나 『뉴욕뉴욕』을 대지만, '어떤 책을 가지고 계시나요?'하고 물으면 상당수가 이 시리즈를 꼽는다. 『러브모드』는 '최고의 작품'은 아니지만 '야오이를 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야오이이다.

야오이 중 10권 이상으로 시리즈를 낸 다른 두 개의 비블로스 대표작(『동서애』, 『봄을 안고 있었다』)와 비교해보자면, 『러브모드』가 장기 연재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이유가 드러난다. 『동서애』가 얽히고 설킨 청춘군상의 인간관계와 성장을 과격하지만 씁쓸하게 그렸다면, 『봄을 안고 있었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 죽는 한 쌍의 커플이 온갖 고난을 이기고 닭짓을 벌이는 과정을 그렸다. 그리고 『러브모드』는 남성 전용 고급 회원제 데이트 클럽 B&B를 통해 사랑을 시작하고 쌓아가는 여러 쌍의 커플을 그렸다.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얌전하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러브모드』는 꽤 과격하다.
가장 유쾌한 커플인 1권의 다카미야와 이즈미는 '오해에서 비롯된 강간' 으로 시작되었다. 표지에는 '우리의 사랑은 육체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귀엽게 박혀있지만,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이다. 여자친구를 소개받을 예정이었던 이즈미는 자신을 데이트 클럽 넘버 원으로 오해한 다카미야에게 얼렁뚱땅 넘어가서 강간당했고, 그대로 다 잊었으면 좋으련만, 다카미야는 그런 이즈미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맹렬하게 대쉬한다. 시미즈 유키는 이즈미가 다카미야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유쾌발랄하게 그리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좋게만은 볼 수 없는 일이다.

인터뷰에서 시미즈 유키는『러브모드』에서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는 2권부터 등장하는 메인 커플, B&B의 사장 레이지와 고학생 나오야의 이야기였다고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러브모드』 1권의 커플들은 장기연재를 담보받기 위한 '독자의 취향에 맞춰 개성있는 인물들로 시선끌기' 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그 점에서 『러브모드』 1권은 상당히 특이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독자에게 먹히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시미즈 유키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시미즈 유키는 연애감정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는 않지만, '사랑의 시작'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한다. 레이지와 나오야뿐만 아니라 그 뒤에 나오는 다른 커플들도 대부분 만나고 마음이 통한 후에야 이뤄지는 형태인 데 비해(하다못해 사전 합의라도 본 상태다;;)『러브모드』1권만이 상당히 무모하게 막나간다.

『러브모드』 1권의 주인공(-_-;) 다카미야는 괜찮은 남자지만, 나는 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왜냐면 다카미야같은 남자는 없으니까! 이건 순전히 재미있는 연애 이야기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그는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복선 없이 무턱대고 '이즈미를 일편단심 사랑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카미야의 애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열적이고, 그의 애정은 1권부터 11권까지 전혀 변하지 않는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이니만큼 변하고 자시고 할 여지도 없다.

2권부터 등장하는 레이지와 나오야 커플이 메인이 된 이후에도, 다카미야와 이즈미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종종 나온다. 그러나 1권 이후로 작가는 다카미야보다 이즈미의 감정과 변화, 매력을 더 부각시킨다. 괜찮은 선택이다. 적어도 이즈미에겐 독자가 공감할 여지도, 성장할 가능성도 많다. 어차피 다카미야는 변할 게 없을 만큼 완벽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그렇다면 그 후속작에서 누굴 밀어줘야 할 지는 뻔하다. 다카미야 가지고 이야기 울궈먹어봤자 나올 게 없다. 그는 1권 단행본을 위해 기획된 개성적이고 이상적인 캐릭터일 뿐, 이야기 전개를 통해 사랑을 가꿔가는 인물이 아니다.

시미즈 유키는 밝은 이야기보다 어두운 부분, 가려진 부분을 살짝 드러내는 데 더 뛰어나다. 『러브모드』 1권에서 이 작가는 밝지만은 않은 요소들을 다루면서도 어둡지 않은, 밝은 이야기를 교묘하게 그려냈다. 1권의 다카미야가 강간범(...)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그가 현실에 있을 수 없는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I love you' 하고 전지 다 떨어질 때까지 주리줄창 되풀이하는 로봇을 강간범으로 고소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시미즈 유키가 의도했건 안 했건, 나는 다카미야를 맥락을 가진 인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눈길 끌기 이벤트를 위해 만들어진 근사한 기계 정도로 여긴다. 그리고 그 기계는 훌륭히 작동해서 강간이라는 요소가(야오이에서 강간 다루는 게 뭐 어디 한두가지가 아니겠느냐만은) 독자에게 줄 수도 있는 불쾌함을 중화시킨다. 대부분의 야오이가 '사랑하니까 괜찮아!' 하고 인물들간의 불쾌한 관계를 정당화한다면, 시미즈 유키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기계'로 만듦으로써 그 불쾌함을 교묘하게 은폐한다.

강간범이었던 다카미야가 강간범처럼 보이지 않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작가는 몇 번의 '사건'을 통해 다카미야가 이즈미와 관계맺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다카미야는 이즈미와 섹스하지 않는다. 이즈미가 싫어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별 갈등 없이 조용히 물러난다. 그 과정을 통해 도입부에서 다카미야가 저지른 범죄(;;)는 희석된다. 그리고 독자는 그 과정을 보며 다카미야가 이즈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햐냐고? 다카미야가 사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사랑 이야기에 다카미야가 종속된 거니까. 이들의 사랑은 육체로부터 시작되었을지언정 그 감정은 진실한 것이어야 했다. 다카미야는 그 진실한 감정을 수행한다.

야오이는 판타지다 - 상식이지만, 그 상식을 이렇게까지 잘 드려내주는 작품은 드물다. 억만장자가 떼거지로 나오는 야오이도 이보다 더 판타지스러울 수는 없다.

...그래도 어째서일까. 나는 이 1권의 바보 커플이 제일 좋다. 1권만 세 권 있다 orz

꼬리 : 『러브모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고르라고 한다면, 아오에 키이치와 티엔 쌍둥이의 이야기를 들 것이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며 들뜨지 않고 짓눌리지 않게 적당한 때에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슥 깔아주는 게 상당하다. 게다가 캐릭터도 꼴이 잡혔다. 레이지와 키이치의 아버지 쇼고는 폭군이지만 다카미야보다는 훨씬 맥락 있고 인간적이다. 키이치와 하루오미(티엔슈에)의 연애는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괜찮은 연애담이다. 하루오미와 동생 티엔리의 관계도 무겁지만 눌리지 않을 정도로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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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是』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썼던 글이라, 지금 생각하면 수정 봐야 할 데가 많다;;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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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3 19:28

신간 야오이 잡담 (요새 심의 많이 풀렸군. 훗)

토죠 아사미의 '온리 유' 나온 거 보고 뜨악했다. 이 엽기적인데다 노골적인 야오이가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한국의 선출판 후심의제도에 감격먹었다 (결론은 옛날옛적에 무삭제로 다 봤다는 말이다. 에라이;;). 비록 짤려서 나오겠지만, 이쯤 되면 야오이 소설 무삭제 출간도 백 년 후에나 이뤄질 판타지같은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시미즈 유키의 레시피, 카노 시우코의 책들이 출간되는 데 뜨악했던 것도 엊그제같은데 벌써 해를 넘겼다. 불꽃의 미라쥬 본편 40권, 외전 20여권, 총 60권 완간이라거나(...) 후지미 시리즈 완역(스물다섯권을-_-?)...같은 건 그래도 10년 후에나 가능하겠지.

그래도 뭔가 슬픈 건; 몇 달 후엔 심의삭제되므로 나온 즉시! 사야 그나마 덜 삭제된 걸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미즈 유키의 레시피, 미적미적거리다 몇 달 후에 사니 그 엄청난 심의삭제의 폭풍;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나라는 선출판 후심의인지라 일단 나왔을 때 삘이 온다 싶으면 당장 사 둬야 한단다. 예전에 '봄을 안고 있었다' 9권 나왔을 때, 한양문고 주인 아주머니께서 '좀 있다 재판 찍으면 다 삭제되니까 얼른 사 둬요' 하셨던 게 떠오른다.

나 원서 읽는 거 졸라 싫어한다. 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서 읽는 거 참 싫다. 무삭제 출간 좀 해달라-_ㅠ
(그래서 결국 타협하길, 일반적인 부분은 그냥 소설로 읽고 씬 부분만 원서로 읽었다. 그런데 이 짓도 몇 권 하다 보니 못해먹겠더라)

후지미 시리즈 이야기하니 떠오른 것. 그 20권 넘는 굴착송을 다 번역했던 sxs boys 번역동인이 새삼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한국의 번역동인녀들은 참으로 불굴의 의지의 소유자들이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고독의 미로' 번역하셨던 히비키님을 비롯, 코노하라 나리세 대부분을 번역해주셨던 모 님, 미라쥬 30권 넘게 번역하셨던 모 님, '창밖의 거리에서' 시리즈 꾸준히 번역하고 있는 솔트 동인, '안고 싶어' 그 애증의 삽질을 번역하셨던 심포닉h,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꼬리 : 전덕재의 '한국 고대사회의 왕경인과 지방민', 서평 과제 때문에 읽고 있다. 도저히 여기서 무슨 서평이 나오냐고! 하고 절규중. 저번 과제로 읽었던 김영하의 '한국 고대사회의 군사와 정치'가 훨씬, 백만배 더 나았다.

내일 9시 수업인데 아직 한 장에서 버버벅...나머지 네 장은 소설 써서 내야겠다-_-

꼬리 2 : 내 삽질 대부분은 자가발전, 자급자족이다. '오늘부터 마왕!' 팬북이 세 권이나 있음에도 캐릭터 소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기저기 헤매던 끝에 결국 모 님 블로그에서 '오늘부터 마왕!' 캐릭터 소개를 접하고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랐다. 만일 모 님이 안 써 주셨으면 내가 다 썼을거다. 오마이갓.

꼬리 3 : 요새는 야오이 외의 책 감상을 거의 쓰지 않았다. 안 읽은 건 아닌데 쓰는 게 참으로 암담하다. 계속 미루다가 결국 안 쓰게 된다. 쓰다 보면 늘어나고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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